1996년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할 때, 학교에서 OT를 했다.
학교생활에 대해 안내해 주는 정도였다.
여러 순서 중에 교수가 스승이자 선배로서 조언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 J 교수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 이런 말로 시작했다.
“여러분은 잘 못 왔습니다. 지금은 교회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으니 돌아갈 사람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가십시오.”
교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니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여러 교수의 말을 대부분 잊었으나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J 교수의 말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여러분이 목회할 때 봉투를 받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목사 때는 생활비가 부족할 테니 받아서 사용해도 좋으나, 담임이 되면 쓰지 말고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어려운 학생이나 교회를 돕는 데 사용해라.”
많은 의미와 현실을 담고 있는 말이었으나, 목회 경험이 없던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말은 다 잊었으나 이 말이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나도 모르게 강렬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었을 뿐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도 늘 내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문제였기 때문인 것 같다.
신대원을 다니면서 교육전도사로 일하던 교회의 교육 담당 목사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신대원을 졸업하고 전임과 부목사로 일하면서 전세금 뺀 걸 거의 다 썼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는 했으나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전임전도사가 되었을 때 교회로부터 19평 임대 아파트를 사택으로 제공받았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에서 전세금을 빼어 통장에 넣어 놓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잔고가 점점 줄어들어 갔다.
목사 안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교회의 어느 장로가 내게 말했다.
“목사님, 생활비를 부모님으로부터 받으시죠?”
“아니요. 부모님도 형편이 좋지 않아서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만 생활합니다.”
장로는 말이 없었다.
장로가 한 말의 핵심은, 교회에서 받는 월급이 적으니 어디서든 돈을 더 마련해야 생활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거였다.
전세금을 넣어 놓았던 은행 잔고가 바닥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교육전도사일 때, 그 목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내게도 현실이 되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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