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교구담당으로 일을 하면서 J 교수의 말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봉투에 얽힌 이야기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각종 경조사를 인도해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때 감사의 표시로 봉투를 받았다.
금액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달랐다.
행사 진행자를 섭외할 때 금액을 미리 정하는 것과 다르다.
다음으로 심방이다.
당시, 서울은 심방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였지만 지방은 여전히 중요하고도 큰 일이었다.
특히 ‘대심방’은 가장 큰 숙제 같은 일이었다.
대심방이란 1년에 1번 모든 교인의 집에 심방하는 것을 말한다.
대심방을 하는 시기는 다양한데 대부분 연초에 시작해서 초여름 전에 끝낸다.
내가 담임하던 교회는 인원이 적었기 때문에 신년 예배 후 바로 시작해서 한 주 만에 끝냈다.
대심방이라고 해서 일반 심방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다만 1년 동안 잘 지내게 해달라는 의미가 강한데, 기복신앙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대심방을 누가 담당하느냐’도 중요한데, 교회 규모가 작으면 담임 목사가 직접 하고 규모가 크면 교구 담당 부목사가 하게 된다.
내가 부목사로 일하던 교회는 세 교구가 있었고 교구마다 담당 목사가 있었다.
교구 밑에 구역을 30~40개로 나누었는데 구역에는 7~10가정 정도가 속해 있었다.
가정으로 보면 교구마다 대략 300~350가정 정도였다.
보통 하루에 한 구역씩 심방을 하기 때문에 모두 끝내기까지 3달 정도 걸렸다.
1주일 내내 심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역장은 미리 각 가정과 시간을 조율하고 특별한 기도제목이 있는지 파악한다.
약속한 날에 그 구역을 담당하는 몇 명의 사람들과 각 가정을 방문한다.
가정에 방문해서는 먼저 그 가정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간단한 예배를 드린다.
이것을 반복한다.
가끔 가정마다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에 모두 모이겠다고 요청하는 구역도 있다.
주로 젊은 층이다.
이렇게 가정을 방문하여 심방할 때, 준비한 봉투를 내어놓는 경우가 있다.
주로 연세 많으신 분들이 이렇게 하는데, 하지 않으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워낙 예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젊은 신자들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일하던 교회는 교구가 주소별로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담당하는 교구에 따라 이 봉투의 양이 달랐다.
시내의 오래된 주택 중심의 교구와 외곽의 신도시 중심의 교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달랐기 때문이다.
교구담당 목사는 1년마다 바뀌었기 때문에 이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차이가 아무 일도 아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화가 나는 지점이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보자.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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