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회 세습 대백과 - 3

눈빛 2022. 1.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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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지속해서 교인에게 노출해 익숙하게 한다>

 

 

1990년대 중반, 아내와 함께 간 강남의 어느 초대형 교회 설교 시간.

 

"미국에서 신학 공부하는 **이를 보러 아내와 함께 미국에 갔어요."

"아멘."

"주저리주저리..."

 

나와 아내는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설교의 30% 이상이 가족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더 웃긴 것은 목사가 자기 가족 이야기를 할 때마다 교인들이 아멘으로 화답했다는 거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치밀한 계획의 일부다. 교인에게 교회를 세습해 줄 자녀를 지속해서 노출해 친근감이 들게 하고 익숙해지게 만드는 거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세습을 추진할 때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핵심적인 과정이다.

 

 

물러나는 목사가 개척한 교회라면 이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개척 초기에 함께한 사람들은 단순히 교회에서 만난 사이 이상으로 친밀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떠나지 않고 계속 교회를 지킨 사람은 가족 이상의 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다.

 

목사는 어릴 때부터 친근하게 지내던 교인의 자녀에게 계속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고, 교인도 목사의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해 할거다.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록 좋다는 거다. 어차피 회의와 투표를 통해 목사 청빙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해서 자녀를 교인들에게 드러내야 한다. 새로 들어온 교인들도 목사 자녀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 도입부에 언급한 교회가 그 방법을 잘 사용했다. 

 

설교할 때 본인 가정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든 지어낸 일이든 상관없고 감정만 건드리면 된다. 희로애락,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가족관계가 좋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도, '목사'의 이야기는 큰 부담 없이 듣고 감명받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 중에 목사의 자녀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목회자가 되기 위한 '어려운' 길로 들어섰다는 설교를 자주 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신학교를 다닐 때부터 분위기를 조성해서 은근슬쩍 교회에서 근무하게 한다. 교육전도사, 전임전도사, 심지어 부목사로 일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교회 강단에 선 모습이 점점 교인들에게 친숙하게 된다. 설교는 못 해도 좋다. 조금씩 다듬으면 된다. 설교는 부모의 스타일을 복사하는 것이 최고다. 

 

설교가 부족해도 상관없고, 부교역자로 일할 때 실수해도 상관없다. 부모가 강단에서 사과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고 편들기도 아닌 애매모호한 말로 물타기를 하면 된다.

"**목사의 설교를 듣는데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그 진심을 아니까 은혜를 받지 않을 수 없어요..."

빤하다.

 

혹시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싶으면 이 시리즈를 잘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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