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임전도사로 일했던 교회의 담임목사는 일반대학 출신의 신대원 졸업자다.
어느 날 나를 불러서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어느 영어 선교단체에 다녀오라고 했다.
교회에 영어 학습 교실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나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임전도사가 말을 해봤자 소용없을 테니 집사 몇 명과 함께 그곳에 갔다.
가서 보니 기독교를 팔아 돈을 벌어먹는 쓰레기 자영업자가 분명했다.
그때가 2000년이었는데, 학습 방법의 핵심은 비디오를 학생들에게 틀어주는 것이었다.
그들이 틀어준 비디오의 첫 화면을 보고 나는 뜨악했다.
영상 아래에 적혀 있는 자막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I am Tom.’이라고 할 때 자막으로 ‘아이 엠 탐.’이라고 되어 있었다.
20년 전 이야기지만 당시 어떤 학원에서도 이런 식으로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목사나 교인들이 속아서 이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지 않는다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학습 방법이었다.
그곳에서 돌아와 담임 목사에게 보고했다.
‘수준이 너무 낮아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담임 목사의 표정을 보니 썩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그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 방법을 들고 와서 실행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도대체 어디서 어떤 정보를 들었길래 이런 생각을 굳혔는지 알아보니, 그 지역의 선배 목사가 이미 하고 있었다.
당시 지방 교회 중에 그 프로그램을 돌리는 곳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판단해서 ‘이건 아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도대체 40대 초반이던 그 목사는 정규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익혔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그런데, 담임 목사는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함께 갔던 교인들을 불러 자기가 듣고 싶었던 말을 기어이 듣고야 말았다.
교인 중 하나는 교수 부인이었는데, 목사가 물어보니 그저 좋다고만 대답했다.
어쩌면 그 사람도 판단할 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내 의견은 무시되고 그 아줌마의 말을 의지해서 영어 교실을 개설했다.
교회 밖에 플래카드를 걸고 찌라시를 돌렸다.
나 대신 신학교에 다니는 어떤 사람을 꼬셔서 그 일을 하게 했다.
그런 질 낮은 프로그램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무리 멍청해도 그 화면을 몇 초만 보면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서 확인해 보면 학생이 하나도 없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아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면, 그 신학생의 아이들이었다.
목사의 수준이나 교인의 수준이나 똑같았다.
저질 목사에 저질 교인.
그러니 교회에 붙어서 돈을 벌어먹는 버러지 같은 기독교 자영업자들이 활개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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