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 사무실에는 보험 대리점에서나 볼 수 있는 현황판이 걸려 있다.
그래프까지는 없지만 교인들의 출석 현황이 숫자로 기록되어 있다.
부목사는 예배 중에 출석한 사람들의 숫자를 파악해서 현황판에 적어놓아야 한다.
예배 후 담임목사는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현황판의 숫자를 확인한다.
복권의 숫자를 확인하고 바뀌는 사람의 표정처럼 그 사람의 표정도 그랬다.
신학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늘 의아했다.
성서를 읽고 예수님의 정신을 설파하는 종교인이라면 교인 수나 교회 규모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 목회는 그게 아니었던 거였다.
일반 기업체와 다를 바 없는 가치와 구조를 가진 채 '예수'라는 이름만 차용한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대로 '주식회사 예수'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교인 수는 곧 헌금이니 돈이 많으면 권력이 될 뿐 아니라,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교회로 들어 올 확률이 높아진다
교단은 형식적인 구심점일 뿐이고 실제로는 개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많은 교인 수는 많은 의미를 가진다.
목사는 목사 세계에서 서열이 높아진다
목사들이 큰 교회에 가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목회 경력이나 인격은 상관이 없다.
젊은 목사라도 온갖 백을 다 동원하여 큰 교회에 이력서를 쑤셔 넣는 이유도 이거다.
이때 출신 성분이나 인맥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교인들은 큰 교회에 다닌다는 뿌듯한 소속감을 느낀다.
1/n로 생각하면 지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그 'n'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형교회나 지역의 큰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의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심리, 유명한 연예인을 좋아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사업적인 마인드가 있는 목사들은 교회를 특별하다는 인식이 들게끔 설계한다.
'교회를 운영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금을 모아 '설계'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더 가치 있고 좋은 교회에 다닌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충성심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깊게 살펴보자.)
교회 성장학에서는 '복음은 생명이니 교회에 복음이 살아있다면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틀린 부분이 없어 보이나 문제는 현실이다.
오직 복음과 예수를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나 교회 설립자를 본 적이 없다.
신학교에서도 그 마음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즉, 생명인 복음을 온전히 받드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보고 듣고 배운 대로 신앙을 정립한 사람이 신학을 했다고 바뀔 것은 없다.
신앙이라는 포장만 씌운 기업체 마인드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자영업은 자영업대로 운영방식이 있듯이 교회도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가치를 부여하는 부분도, 성패를 대하는 태도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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