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0주년도 훌쩍 넘겨버린 시골 교회 이야기.
연말당회란 목사와 장로가 모여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우는 회의다.
예산부터 인사에 관한 문제까지 모든 부분을 다루게 된다.
인사에서 신경이 제일 많이 쓰이는 부분은 부서의 부장을 뽑는 일이다.
목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교회도 있지만, 어쨌든 연말당회 때 장로들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그중 재정부장을 뽑는 일이 제일 힘들다.
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느 교회는 재정부장을 하기 위해 서로 다투기까지 했다.
뭔가 있었겠지.
그 교회는 담임목사가 일신상의 문제로 곧 나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연말당회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장로들의 추천을 받는 형식으로 부서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재정부에 새로운 사람이 대거 투입되었다.
부장은 그대로였지만 서기 등은 새로운 사람이었다.
문제는 새롭게 들어간 사람 중에 서기가 외지인이었다는 거다.
상황은 이랬다.
그 교회는 성인 70명 정도가 출석하고 있었다.
그중 절반은 원주민이었고 다른 절반은 귀농 혹은 귀촌을 한 사람이었다.
원주민은 거의 다 혈연으로 연결된 사람들이었다.
가족교회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외지인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외지인이었다.
늘 경계의 대상이었고, 보이지 않는 '선'이 그들의 영역을 구분 지어 놓았다.
이런 교회의 재정부, 그것도 서기를 외지인이 맡은 것이다.
사실 그들은 외지인을 형식적으로 명단에 올려놓았었다.
전체 교인의 절반이나 되는 외지인들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므로 재정부에 들어간 외지인은 시키는 대로 장부만 정리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외지인 서기가 그 선을 넘으려고 했다.
재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자 했던 거다.
그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재정부장과 오랫동안 회계 장부를 정리했던 이전 서기가 자주 만났다.
그러고서 새로운 외지인 서기에게 통고했다.
회계 장부가 없어졌다고.
이제 0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회계 장부를 폐기했다."고 전해 들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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