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리모델링 공사 중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방송실 담당 목사였다.
방송실은 전문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데, 거의 예배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교역자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리모델링을 할 때도 내가 담당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내가 업자를 섭외하고 실행하고 보고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연해서 교회 장로 한 분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 분은 서울 MBC에서 기술을 담당했던 분인데 지방 MBC의 사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분이다.
그런 전문가 중의 전문가에게 직접 맡기지 않고 왜 목사에게 맡겼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그 교회는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교인은 1,200명 정도의 교회인데 제대로 된 조직이 하나도 없었다.
혹시 다른 이유 때문에?
그 장로는 서울의 어느 음향회사에 연락해보라고 했다.
꽤 유명한 업체였다.
소개를 해 준 사람 때문인지 사장이 직원을 데리고 3시간 정도 걸리는 그 교회로 와서 둘러보았다.
기존 장비 중에 재활용 가능한 것과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것을 구별해서 절약하기로 하고 견적서를 작성했다.
음향 쪽은 새로 들어오는 장비가 적었고, 영상은 새로 설치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그 견적서를 전달받아서 제출했고 진행 허락을 받았다.
시공팀이 내려가서 설치했는데, 오래된 교회라 그런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팀원들은 교회 근처에서 숙식하면서 일을 했다.
나는 그들이 설치하는 현장을 자주 둘러봤다.
담임목사가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라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함이었다.
감시를 잘 하라는 거지.
전반적으로 일을 꼼꼼히 잘 하는 팀이었다.
음향은 아무 문제 없었다.
영상은 얼마 후에 노이즈가 생겼는데, 케이블을 더 좋은 것으로 받아 재설치해서 해결했다.
공사 중에 기술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들은 이야기다.
“공사비 견적이 워낙 낮게 들어가서 여유가 없다 보니 서비스로 드릴만한 것이 없어요. 마이크를 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힘들 것 같아요.”
진행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봤기 때문에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회의 다른 장로에게서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하면 더 싸게 할 수 있었는데 그 장로가 소개한 팀이 와서 비싸게 했다. 뭔가 있는 거 아냐?’
너무 기분 나빴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나와 소개해 준 그 장로의 명예를 짓밟는 말이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농협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사람인데, 마치 나와 그 장로가 리베이트를 먹었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기가 늘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까지 교회에 그런 일이 꽤 있었나?’
‘본인이 해 먹지 못해서 기분이 나빴나?’
나중에, 지역의 음향설비업체가 ‘왜 서울 업체를 불렀냐’고 투덜거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후 규모가 훨씬 큰 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업체가 맡아서 했다.
교회는 이런저런 기자재가 많이 필요한 곳이다.
가구, 사무용품, 음향 및 전자제품, 악기, 예배 용품, 식재료 등등.
규모가 클수록 종류와 양이 더 많아진다.
어떤 분야든, 업자가 꾸준히 물건을 대기 위해 성의를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노트북 10대를 납품하면 1~2대가 따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는 거다.
하지만 교회는 뭔가 달라야 한다.
교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달라야 하고, 교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다르면 공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교회는 아주 많은 것이 복잡하고 허술하고 느슨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더 많다.
교회와 거래하는 업체들, 교회 주변의 상권, 교인들 중에 사업이나 장사 목적으로 다니는 사람들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교회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돈을 벌었으니 얼마간 토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목사를 비롯한 교회 기득권층은 그걸 즐겁게 이용하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교회에도 통용된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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