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회 안의 도둑놈들 2회 – 선지출의 비밀

눈빛 2021. 9. 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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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先支出]: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을 하기 전에 그 비용이나 대가를 먼저 지급함. 또는 그런 돈.

 

선지출이라도 결산은 필수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교회에서 겪은 이야기다.

 

2002, 전임전도사로 청년부를 담당했을 때 일이다.

 

가리왕산자연휴양림에서 청년부 여름수련회를 했다.

그 교회 청년들은 대부분 직장인이었고 대학생은 몇 명 없었다.

 

총무가 살림을 잘 살았는지, 돈이 조금 남았다.

남은 돈으로 뒤풀이 겸 식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동의해 주었다.

 

청년들은 평상시 갈 수 없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돈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부족한 부분은 각자 내면 된다고 했다.

어쨌든 양재동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는데, 식사 비용은 1인당 5천 원 정도였다.

 

이 때 청년들이 각자 추가한 비용까지 포함해서 교회에 결산을 보고했다.

 

그런데.

 

재정 장로가 잠깐 보자고 불렀다.

한다는 말이, “영수증이 이게 뭐냐.”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카드로 계산한 영수증이었다.

수련회 후 청년들이 식사한 영수증이라고 말을 하니, “그게 아니라 이런 영수증을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 거였다.

 

그 영수증에는 식사한 모든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 각 식사뿐만 아니라 900원짜리 콜라(아직도 기억난다)까지 세세하게 기록된 것이었다.

 

나는 청년들이 교회에 요구하기 미안해서 스스로 돈을 더 내어 식사한 것이고, 1인당 5천 원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했다.

 

장로는 나를 한심한 사람 보듯 보면서 말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영수증을 보면 나이 많은 분들이 뭐라고 한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말을 했다.

 

전도사님, 식사비로 썼다고 뭐라 하는 것이 아니고, 영수증을 이렇게 내면 안 되는 거요. 청년들 데리고 갈 때, ‘장로님, 청년들 식사하게 지출해주세요.’라고 하면 왜 안 주겠어요. 영수증(간이영수증을 말한다)식대라고 하고 밑에 좍 그은 영수증이면 돼요. 다음에는 나에게 와서 달라고 해요. 줄 테니까.”

 

무슨 뜻인가?

추적할 수 있고 자세한 영수증은 필요 없다는 거다.

너무나도 세세한 영수증을 보고 당황한 거다.

필요하면 말해. 그러면 줄게. 대신 영수증은 큰 항목만 있으면 돼.”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일이 있다.

 

전방에 있는 군대 교회에 위문을 하러 가기로 했다.

그 부대 군종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니 기타와 앰프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동으로 사용할 것이니 아주 비싸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일단 50만 원을 선지출해서 낙원상가로 갔다.

그런대로 연주할 만한 통기타, 전기기타, 그리고 앰프를 사니 2~3만 원 정도 남은 것으로 기억한다.

 

남은 돈과 영수증을 담당하는 권사에게 주니 받지 않았다.

이걸 왜 주느냐는 거였다.

나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해서 머뭇거리다가, “없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 권사는 그렇다고 했고, 선지출된 것은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뭐라고?!

지출 결정이 나서 돈을 받으면 끝이라고?!

 

그제야 재정 담당 장로의 말이 이해되었다.

내가 장로에게 장로님~ 장로님~” 하며 돈을 달라고 하면, 자기가 선심 쓰듯 봉투로 돈을 줄 것이고, 영수증이 필요하면 간이영수증에 식대라고 써서 제출하면 그만이고, 그마저도 말만 잘하면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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