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교육전도사 2년 차 때 있었던 일이다.
첫해를 지나면서 다음 해에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겠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그건 교사의 출석률이었다. 자발적으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겠다고 지원했으면서도 무단으로 결석하거나 지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특히 젊은 사람 중에 많았는데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다.
둘째 해를 시작하면서 새로 바뀐 초등부장인 아무개 집사와 교사들이 첫 회의를 하는 중에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나는 요즘 용어로 말하면 '3스트라이크'제를 운용하자고 제안했다. 미리 연락하지 않고 무단으로 3회 결석하면 교사 자격을 박탈하자는 거였다. 회의에서는 그 방식을 운용하자고 결정했다.
습관은 바꾸기 어려운 법. 무단으로 결석하는 사람들은 여전했고, 신입 교사 중에도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물론 전 해 보다는 나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라도 봉사하는 것이 더 낫지 않냐고. 그런 사람이라도 없으면 교회 각 부서를 어떻게 운영하냐고. 아니다!!! 그런 식으로 봉사할 거면 하지 않는 것이 낫고, 교회의 각 부서를 운영하기 힘들면 없애버리면 된다.
교사가 부족해서 주일학교를 운영하지 못하겠으면 운영하지 않으면 된다. 아이들 신앙이 걱정된다고 학부모가 투덜거리면 이렇게 대답하라. "당신이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다른 학부모도 그렇게 봉사하게 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거면 투덜거리지 말고 본인 자녀의 신앙교육을 스스로 잘 하면 된다."
각 부서를 만들어 억지로 사람들을 모집해서 채워 넣고 운영하는 교회가 있다. 이건 목사와 교회 귀족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자기 욕심이고 자랑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들먹이는 목사들도 많은데 개소리다. 그런 식으로 운영되는 교회를 보면 겉으로는 늘 북적거리는 것 같고 생기가 있어 보이지만, 속은 욕심과 피곤함만이 가득하다.
결국 어느 교사가 세 번 무단결석하는 일이 일어났고, 새해를 시작할 때 결정한 제도의 실행 여부에 대한 마찰이 있었다. 나는 결정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부장이 성질을 버럭 내면서 반대했다. 왜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느냐고, 그런 식으로 교회학교를 운영하면 안 된다고 성질을 냈다. 교회에서 그렇게 빡빡하게 굴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였다.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교사 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서로 합의해서 정한 원칙대로 하는 것. 다른 하나는 합의한 원칙을 깨는 것.
당시 성질을 버럭 냈던 부장의 뜻대로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키지도 못할 원칙을 만들어서 깨어버린 거다. 당시 초등학교 3~4학년이 초등부였는데 학생만 해도 100명이 넘었고 교사도 25명 정도 되는 규모였다. 그 조직이 그때그때 기분과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되어버린 거다. 교사로 봉사하겠다고 지원해서 학생들을 맡아도 아무 때나 결석하고 머리를 한 번 긁적이면 되는 조직이 되어버린 거다. 그 아이들은 그걸 보고 교회에서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교단마다 법이 있지만 너무나도 허술하다.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힘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맞춤식의 개정을 쉽게 할 수 있다. 교회 세습을 위해 법을 제멋대로 바꾸는 경우가 이런 경우다.
법 자체가 허술해서 나쁜 짓을 해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목사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다 보니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여전히 강단에서 설교하며 자기의 잘못을 지적한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부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
사회의 법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교회의 법은 그것에 더해 지멋대로 휘어지고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더 허접하고 엉망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사실상 교회의 법이란 없다. 동네 꼬마들이 소꿉장난하며 규칙을 정하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제멋대로 변경한다. 이걸 '은혜롭게'라는 말과 '사랑'이란 말로 포장한다.
그때 성질을 내던 부장은 이후에 야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연을 거쳐 목사가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전라도 어느 곳에서 목회하고 있다. 은혜롭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니 잘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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