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유입 경로 중에 '목사 안수식 축하말'이 자주 올라왔다. 별 관심 없었는데 워낙 자주 올라와서 한번 눌러봤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목사 안수식에서 축사로 할 말을 검색하기 위한 키워드라는 것을 확인했다.
장로교의 목사 안수식은 노회 중에 한다. 노회는 봄과 가을에 개최되는데 봄 노회든 가을 노회든 목사 안수 대상자가 있으면 안수식을 하게 된다. 드물지만 없는 경우도 있다. 목사 안수를 받는 사람의 가족과 그 교회의 목사, 장로 총대, 교인 중 친한 사람들은 안수식에 참여하지만 다른 교회의 목사와 장로 총대들은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목사 안수식을 진행하는 위원들은 회기마다 정해져 있다. 노회장 등 당연직처럼 순서를 맡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각 순서를 맡은 사람은 적어도 노회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이라는 거다. 노회 임원, 전 노회장, 은퇴 목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 생각해 보자. 목사 안수식에서 축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는가? 위에 언급한 사람 중 한 명일 거다. 연배도 있고 노회에서 활동도 많이 한 사람. 누가 봐도 노회에서 '선배 목사'로 인정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거다.
'목사 안수식 축하말'을 누가 왜 검색했을까? 만일 목사 안수식에서 축사하기 위해 검색했고, 어쩌다 검색 알고리즘에 걸려 내 블로그가 위에 올라왔고, 이건 또 뭔가 싶어 눌러서 들어왔다면 정말 한심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엉뚱한 곳을 눌렀구나'라고 생각하며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을 거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의도한 바가 바로 그거다. 이 멍청이들아.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오랫동안 목회를 한 선배로서 할 말이 그렇게도 없는가? 그 자리에 설 정도면 꽤 오랜 시간 목회를 했을 텐데, 방금 안수를 받은 후배 목사에게 축사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그동안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노회 활동을 하느라 바빠서 목회할 시간이 없었나? 까마득한 후배에게 한 마디 축하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목회했나? 그래서 머릿속이 텅 비게 되었나?
어느 목사는 노회와 총회를 비롯한 온갖 곳에 얼굴을 들이밀고 다녔지만, 교회는 등한시했다. 그 교회가 어떤 상태일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사실 그 목사는 입만 살아서 아무 준비도 없이 축사랍시고 주절거릴 수 있는 놈이기는 했다. 이런 쓰레기들을 너무나도 많이 봤다.
이 글의 제목을 일부러 '목사 안수식 축하말'로 했다. 미끼를 단 거다. 이 글이 검색되라고 말이다.
혹시 여기까지 읽었다면 미끼를 문 것이여,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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