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 사무실에는 보험 대리점에서나 볼 수 있는 현황판이 걸려 있다. 그래프까지는 없지만 교인들의 출석 현황이 숫자로 기록되어 있다. 부목사는 예배 중에 출석한 사람들의 숫자를 파악해서 현황판에 적어놓아야 한다. 예배 후 담임목사는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현황판의 숫자를 확인한다. 복권의 숫자를 확인하고 바뀌는 사람의 표정처럼 그 사람의 표정도 그랬다. 신학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늘 의아했다. 성서를 읽고 예수님의 정신을 설파하는 종교인이라면 교인 수나 교회 규모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 목회는 그게 아니었던 거였다. 일반 기업체와 다를 바 없는 가치와 구조를 가진 채 '예수'라는 이름만 차용한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대로 '주식회사 예수'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