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믿는 대로 설교하라

눈빛 2021. 10. 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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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원 다닐 때 구약신학의 어느 과목 수업 중에 K 교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그 교수는 보수적인 신학자였다.

대충 이런 말이었다.

 

"정신병에 걸린 목사들이 많아. 보수적인 신학을 하는 사람은 그에 맞는 설교를 하면 되고, 자유주의 신학을 하는 사람은 그에 맞는 설교를 하면 돼. 그런데 신학 따고 설교 따로야. 이게 정신병이지."

맞는 말이다. 

 

이종성 교수는 '신앙과 신학'이라는 책을 1970년대에 펴냈다.

내가 신학교 다닐 때 이 책을 교과서로 '신앙과 신학'이라는 과목을 들었다.

 

한 사람의 신앙과 신학이 분리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진보적인 신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신학자가 진보적인 논문과 글을 발표하면서도 설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신학은 진보적으로 하되 설교는 보수적으로 하라는 정신병적인 말도 들었다.

K 교수는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런 경향이 거의 없지만, 보수적인 신학 자체가 이미 큰 문제다.

저항의 아이콘인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보수적인 신학에서 비롯되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는 것 자체가 이미 글러 먹은 거다.

 

물론 K 교수는 보수적인 사람이기에 신학과 설교를 맞추기가 쉽다.

문제는 진보적인 신학을 하는 사람들(여기에는 신학자뿐 아니라 목회자도 포함된다.)이다.

기존의 틀을 깨어야 함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을 설득시켜야만 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교육도 수반되어야 하는데, 교인 중에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신학생들도 공부하기를 싫어하는데 더 말해 무엇하랴.

 

더욱 중요한 것은, 신학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연구하는 신학의 내용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진보적인 신학자라고 해서 진보적인 신앙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정도 되면 모두 미친 것 같다.

 

더 이상한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종교 다원주의자다.

하지만 교회에서 목회할 때 그 설교를 하지 못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교단을 떠난 이유 중 하나가 이 문제였는데 기존 교회에 돌아갈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 목사 중에 종교 다원주의자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30% 이상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주워들은 적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많은 목회자가 종교 다원주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수님만 믿어야 구원을 받는다고 설교한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성서의 무오설을 믿지 않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감동설' 등등을 언급하면서 설교한다.

자기가 믿지 않는 것을 믿으라고 설교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교회가 이러니 온갖 사이비와 이단이 판을 치게 된다.

그들의 특징은 말도 안 되는 말을 진실인 것처럼 말한다는 거다.

돈과 권력을 위해 사기 치는 거다.

 

이런 기본 구조가 소위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교회들과 다르지 않다.

사이비가 판을 쳐도 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저 정죄하거나 두려움을 조장해서 무조건 피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전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식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교회가 늘 요 모양 요 꼴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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