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새를 키우려면 제대로 키워라

눈빛 2023. 12.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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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합정동의 한 빌라에 살고 있다. 

 

옆집에서 새를 키운 지 몇 달 되었다.

어떻게 알았냐 하면, 우는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삐리리, 짹짹이 아니라 큰 소리로 깩-깩- 거리니 '이건 도대체 뭔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1. 도대체 몇 마리냐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여름, 의문점이 생겼다. 옆집 새가 소리를 지를 때 다른 새가 응답을 하는 거였다. 나는 동네 들새가 화답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새를 두 마리나 키우는 거였다.

 

2. 어떤 새냐

 

하루는, 뒷 베란다 쪽에서 새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내밀고 어떤 상황인지 확인했다. 그때 문제의 새를 보았다. 녹색 깃털의 앵무새였다. 한 마리를 햇빛을 쬐라고 밖에 둔 것이었는데,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끝도 없이 깩깩거렸다. 이런 새가 옆집에서 깩깩거린다고 주위 분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이 새를 아는 한 분이 치를 떨면서 대답했다. "그 새 엄청 시끄러워요. 그리고 신경을 거스리는 소리를 내요." 이 새의 정체를 알고 나서도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했다.

 

3. 뭐? 두 마리라고?

 

직업의 특성상 새벽에 퇴근할 때가 많은 딸이 말했다. "옆집 새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아무래도 옆집에 이야기를 해야겠다." 옆집 여자에게 이야기를 하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이 키우는 건데요, 두 마리예요. 하나가 울면 다른 애가 대답을 해요." 그러면서 본인도 그 새 때문에 신경 쓰인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4. 동물을 키울 거면 그에 필요한 대책을 세웠어야지

 

그 집 아들이 아침에 출근하면 새는 그냥 방치되는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은 새가 울든 말든 귀찮으니 내버려 두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찾아보니 잘 키우는 방법과 더불어 소리에 대한 대책도 다루고 있었다. 방음 장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다. 이 새는 워낙 소리가 커서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민원 때문에 고생하는 새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집은, 아니 이 집 아들놈은 아무 대책도 없이, 지가 출근하면 그만이어서 그런지, 새가 울든 말든 옆 집에 피해를 주든 말은 아무 개념도 없이 새를 들여다 놓았던 거다.

 

5. 오늘 아침에도 새 소리는 울려 퍼지고

 

옆 집에 이야기를 한 후 한 마리는 친척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물론 임시로 말이다. 조금 나아진 것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소리는 계속 들렸다. 방음 장치고 뭐고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한 마리를 잠시 외출시켰다는 말, 그대로다. 

 

6. 야, 이것들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지

 

살다 보면 무개념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게 옆집에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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